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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삶과 죽음의 틈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을 한지에 쏟는 고소미 작가
작성일 : 2022-12-08 조회수 : 48
 

크리에이터 Creator
제7호에서는 한지가 우리 일상 속으로 스며들도록 하는 공예작가, 디자이너, 브랜드 등 창작자들의 작업을 소개합니다.

삶과 죽음의 틈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을 한지에 쏟는
고소미 작가

2021년에 준공된 제주 독채 스테이 ‘잔월'엔 한지로 만든 조명과 커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설치작가 고소미가 이끄는 브랜드 소미당(小魅堂)의 것입니다.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자라고 쓰이고 분해되어 다시 우리의 손으로 돌아오는 과정까지 염두에 둔 소재만을 사용해온 그에게 한지 또한 주요한 재료입니다. 이는 작업공간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청북 청주 오래된 상가건물에 자리한 그의 작업실은 한지 줌치작업이 가능하도록 물을 채운 수공간, 염료를 추출하거나 삶고 찔 수 있는 불공간, 소묘와 옻칠을 할 수 있는 바닥 공간, 공중에 띄우는 작품들을 설치할 수 있는 천장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지 작업 시 닥죽을 말릴 때는 건조한 곳이 필요하고, 칠 건조엔 덥고 습한 공간이 필요해요. 콩기름을 바르거나 옻칠하려면 먼지가 없어야 하니 작업에 어질러진 공간을 반드시 청소해야 하고요. 그 때문에 재봉과 칠 작업은 다른 공간으로 분리해 두었죠.”

그의 전공은 한국화. 한지에 그은 먹선이 종이에 스미는 모습이 그의 눈엔 마치 먹과 종이가 하나 되는 모습과 같았습니다. 종이의 매력에 빠져 그는 닥종이를 연구하고자 유학을 떠납니다.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섬유 전공 교수님을 사사하며 닥 섬유를 연구하며 자신의 작업에 적합한 소재를 찾아 나갔습니다. 일본의 토야마켄 고까야마의 화지마을에서 화지에 큰 자부심과 계승의 노력을 해오는 일본의 장인을 보곤 작가의 역할과 작업 방향을 깨달았고요. 이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세련되지 못하다는 한지의 이미지를 단순한 디자인과 화려한 퍼포먼스의 설치작업으로 역전시키는 작업으로 발전했습니다.

<다양체>는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입니다. 무정형의 돌기와 그것을 이어주는 선들이 마치 뉴런처럼 퍼져 있는 형태를 띱니다. 철사를 꼬아 만든 프레임은 다양체의 뼈대이자 기억과 인연의 흔적을 나타내고, 입자엔 다른 듯 비슷한 돌기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돌기 사이는 한지사로 감싸고 닥죽을 덮어 수많은 흔적이 겹겹이 쌓여 있음을 표현했습니다. “<다양체>는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이자 세계이며 사회입니다. 그 속 각각의 입자는 개별 존재자로서의 개인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그의 작품은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기 전에는 종이로 만들어졌음을 눈치채기 어려운데요. 종이의 어떤 물성을 이용하고 어떻게 작품을 제작하는지 소개하기 위해 그는 설치작품을 촬영하고 유튜브에 공개합니다. 이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지속해서 노출할 수 있는 전시 방법인 셈입니다.

그의 한지 작업은 크게 두 가지 기법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선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한지를 잘라 만든 실을 이용하여 직조하거나 크로쉐하여 선을 면 또는 입체로 만들어갑니다. “지승공예를 하시는 분들이 새끼꼬듯 허벅지에서 종이를 밀어 감아 한지사를 만드는 것과 달리, 저는 ‘S’자 꼬임의 연사 제작 방법을 쓰기 때문에 물레를 돌려 만듭니다. 미리 실을 준비해두어야 작업을 진행할 수 있으니 틈날 때마다 계속 이어서 만들어둡니다. 지루하고 끝없는 이 작업을 20년째 하고 있네요.” 두 번째 방법은 면을 이용하는 것. “장인이 뜬 한지 원단 2~3장을 물 발라 겹쳐 주무르고 치대는 줌치 작업을 해요. 염색하거나 드로잉하고 디자인에 맞춰 재단 재봉하고요. 용도에 따라 콩기름을 바르거나 옻칠해줍니다. 이 과정을 거쳐 한지 커튼 한 장을 만드는데 20일에서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되죠.”

일본 유학시절엔 고까야먀 화지를 많이 썼고, 방학엔 원주 전주 문경 안동을 여행하며 여러 종류의 한지를 구매해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주로 전주한지원 강갑석 한지장의 한지를 사용합니다. “주로 전통 방식으로 제작한 외발뜨기 한지를 사용해요. 한지사를 만들고 그 실을 엮어 원단을 만들거나 종이 자체를 이어 붙여 설치하기 때문에 한지의 강도가 무척 중요하거든요. 한국의 닥은 일본의 것에 비해 섬유질이 길고 외발뜨기의 특성상 앞물치기 옆물치기로 흘려뜨기를 해 닥 섬유질 방향이 ‘우물정(井)’ 모양이에요. 섬유질이 한쪽으로 배열되는 종이에 비해 잘 찢어지지 않고 강하죠.”

그는 여러 종류의 한지를 직접 만져보면 한지가 얼마나 강한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물성의 소재인지를 알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최근 그는 한지 수의(壽衣)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진정 흙으로 돌아가기 위한 의상으로서의 수의에 대한 해답을 한지로부터 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한지 고유의 매력과 특징을 알면 우리 생활 속에서 더 널리 쓰이게 될 겁니다. 제가 계속해서 해나가야 할 일도 여기에 있죠.”

홈페이지 | somidang.co.kr
SNS | @somidang_official
자료제공 | 고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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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월’에 설치한 조명 <다양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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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여정’에 설치한 한지 커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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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센터 소식지 제7호